윤신영 에디터 2018-07-09

최근 급격히 붐이 일어난 아크네 스튜디오(이하 아크네). 패션 시장이 다들 SPA브랜드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허덕이고 있다지만, 아크네는 건재하다. 도대체 왜 그렇게 사랑을 받는 걸까?

 

 

아크네의 창립자이자 디렉터인 조니 요한슨은 이렇게 말했다. “아크네의 페이스 모티브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현대인을 표현했다.” 그렇다. 그의 이 말속에 답이 있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은 그냥 미적지근한 느낌.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하지만 눈길이 가는 매력이 아크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크네는 실로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 브랜드 자체가 가진 아이덴티티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오히려 그런 심심하고 소소한 멋이 아크네의 멋으로 주목받았다. 음식으로 치면 평양 냉면 같은 맛. 평양 냉면이 마니아가 많지 않은가? 아크네 역시 그렇다.

 

 

무매력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했다. 현재 하이엔드 패션 시장은 양분화되어가고 있다. 아예 예술적이거나, 혹은 아예 상업적이다. 예를 들어, ‘구찌’는 디렉터를 바꾸면서 구찌 특유의 로고를 크게 박거나 현 트렌드에 가장 부합한 힙합적이고, 스트리트 패션적인 요소를 가미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반대로 꼼데가르송은 꾸준히 예술적인 면모를 강조하여, 확실한 마니아를 포섭해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크네는 다르다. 누구나 입을 수 있으며, 그리 튀지 않는 컬러와 핏을 택하여 대중성도 있으며, 고집스럽진 않지만, 꾸준히 밀고 있는 자신만의 파스텔톤 컬러(특히 핑크)와 실용성(몇몇은 난해하긴 하다)을 강조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굳이 튀지 않아도, 은근히 자기만의 멋’을 내고 싶은소비자에게 딱 맞아 떨어졌기에 아크네는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아크네는 필요 이상의 멋을 내는 것을 사양했다. 하이엔드 패션 시장은 예술을 하기 위해, 혹은 힙스터가 되기 위해 계속 튀려 하고 있다.

모두가 튄다면 튀지 않는 것이 가장 튄다. 아크네는 그것을 잘 꿰뚫었다.

 

한 인터뷰에서 죠니 요한슨은 “어떤 철학으로 옷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현실감과 기능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창작이란 명목으로 패션 판타지를 펼쳐 보이고 싶진 않다. 패션 비즈니스라는 카테고리 안에 머물고 싶다. 가끔 패션을 예술로 여기는 사람을 보지만, 나에게 패션은 패션이고, 예술은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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